• 세가지 그물

      날짜 : 2026. 10. 26  글쓴이 : 박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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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고전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

        아득한 옛날, 황하를 다스리던 신 하백은 

        강물이 넘실거리며 끝없이 펼쳐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척 흡족해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위대한 존재라고 믿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자신의 품 안에 있는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백은 동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바다를 만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였다. 
        하백은 그 광활함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크다고 믿었던 황하는, 

        바다 앞에서는 작은 물줄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순간, 그의 자만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하백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바다의 신 ‘약’에게 조용히 말했다.
        “내가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겠습니까. 
         나는 아마 평생 스스로가 가장 크고 대단한 존재라고 

         착각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이제야 내생각과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영원히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들은 약은 하백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세상에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가두는 세 가지 그물이 있네.”

        첫째는 공간의 그물일세.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설명할 수 없네. 
        그 개구리는 자신이 사는 작은 우물 이라는 공간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지.

        둘째는 시간의 그물일세.
        여름 한 철 살다 사라지는 곤충에게 

        겨울의 얼음을 설명할 수 없네. 

        자신이 경험한 계절만 세상의 전부라고 믿기 때문이네.

        셋째는 지식의 그물일세.
        자신의 지식이 최고라고 믿는 사람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없네.
        이미 스스로 만든 생각의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지.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작은 우물 하나씩을 품고 산다.

        자기가 살아온 환경, 경험, 나이, 직업, 학력, 신념….
        그 안에서 보고 듣고 판단하며,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듯 착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세상은 내가 아는것보다 훨씬 넓고, 

        사람의 삶은 내가 경험한 것보다 훨씬 깊다.

        그래서 때로는 낯선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내 생각과 다른 의견도 한 번쯤은 품어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 안의 우물이 조금씩 넓어진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역시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이야기했다.

        첫째, 공간의 벽을 허물어야 하고
        둘째, 시간의 속도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하며
        셋째, 지식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더 배우려 하느냐’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더 위험한 것은 무지가 아니라 

        “나는 이미 다 안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사람의 눈을 닫고, 귀를 막고, 

        결국 영혼까지 늙게 만든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바다를 만나야 한다.
        그래야 겸손해질 수 있고, 그래야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아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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