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과 은사
재능은 문자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재주와 능력을 말합니다.
타고나기도 하고 때로는 노력하여 습득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개발하여 사회와 국가 혹은
더 나아가서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 교육입니다.
결국 교육은 한 인격체의 능력을 개발해서, 그녀 혹은 그로 하여금 일정한 권한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을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결국 재능은 비록 그 모양과 정도에서 차이가 있지만 어느 정도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 있는
것입니다. 재능 없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누구든 남이 갖지 않은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이 있습니다. 어떤 교육을 통해 개발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교육이 잘못되면 있던 재능도 소멸하고, 좋은 교육을 받으면, 숨겨진 재능뿐만 아니라 그동안
없다고 여겨진 재능도 새롭게 얻거나 발굴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재능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어도, 그것으로 인격을 평가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재능은 단지 기능적인 일에 기여하는 것일 뿐 인격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능은 개인적이라도 결코 개인의 소유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소유로 여겨지긴 해도 재능에는 사회적인 가치와 의미가 있기 때문
입니다. 기독교 관점에서 볼 때 재능은 가정과 사회와 국가와 세계에 기여할 목적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재능의 사회적 성격을 무시하고 오직 자신만의 것으로 여기는 사람에게 재능은 하나의
무기처럼 기능합니다.
경쟁사회에서 재능 있는 자는 그렇지 않은 자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재능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비록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은혜를 받은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선교의 과제를 이행하면서, 사람들이 재능을 주신 분이 하나님임을 알고 인정할 수 있도록
수고해야 합니다.
사회가 불평등할수록 재능의 차이는 신분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평등한 사회라면 재능 개발의 기회가 동일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노력에 따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발점부터 다르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재력이 있는 사람이 더 양질의 교육의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사회에선 부와 신분의
대물림 현상은 불가피합니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그나마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실천되지 않는다면,
재능의 차이는 신분과 계급의 차이로 이어질 것입니다. 전근대적인 사회로의 후퇴는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이에 비해 은사는 무엇일까요?
은사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능력이 특성화된 형태입니다.
은사에 대해 말하고 있는 성경을 보면, 특정 직분과 관련해서 언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특정한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성도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능력이 은사입니다.
부르신 자에게 주시는 은사를 통해 권한위임(empowerment)이 이뤄집니다.
은사는 타고난 것일 수 있지만, 하나님이 당신의 필요에 따라 성령을 통해 추가적으로 주시는 능력입니다.
특히 하나님의 일과 관련이 있지만, 공동체를 섬기며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주어진 것입니다.
교회 중심적이고 복음 선포를 중시하는 이전 선교 개념과 달리 하나님의 선교를 말하면서 선교의
지평이 확대됨으로써 은사는 사회와 국가의 유익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은사는 겉으로 보기에 재능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능과 은사는 분명히 구분됩니다.
먼저 재능과 은사 모두가 비록 하나님에게서 비롯한 것이라도, 목적이 다릅니다.
재능에 비해 은사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재능을 통해 개인의 유익을
추구하고, 또 사회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은사를 받고 순종하는 자에겐 고난이 있지만, 재능을 갖고
자신의 뜻에 따라 사는 자에게는 부와 명예와 영광이 주어집니다. 둘째, 엄밀히 말해서 은사는 재능과
전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재능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갖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은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얻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부름을 받은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잘 감당할
수 있기 위해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재능과 은사는 서로 단절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연속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재능이 성령의 기름 부음을 받을 때, 은사가 됩니다. 이에 반해 은사로 주어졌지만,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서 혹은 선교를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재능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주어진 것이지만 오히려 그것으로 자기 영광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헤롯이 자신의 영광을 추구했을 때 하나님은 그를 죽이셨습니다.
그정도로 하나님이 싫어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한편, 만일 재능이 없지만 하나님을 향한 열정으로 충만하고 은사를 사모하며, 또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면 은사로 재능을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숨겨진 재능이 발견되는 것인지, 아니면 사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혀 새롭게 주어지는 것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 기능이 이론적으로 무한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장에 내가 원치도 않았고,
또 그동안 내가 할 수 없다고 여겨진 일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은사는 은혜를 통해 주신 재능입니다.
재능과 은사의 관계에 대해 정리하여 말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재능은 은혜를 깨닫지 않은 상태에서 발현되는 능력이고, 은사는 은혜와 더불어서 나타나는 재능입니다.
재능은 거듭남으로 은사가 됩니다